1세기 로마 제국의 군사 전초기지 증거
2023년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 시내 개발 현장에서 발굴된 대규모 로마 시대 군인 묘지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무덤은 1세기 중반에서 2세기 초반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총 45기의 무덤에서 100점 이상의 유물과 30구 이상의 인간 유해가 확인되었다. 특히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외상痕迹을 가지고 있어, 당시 로마 제국 변경 지방의 격렬한 군사 활동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발굴 현장의 구체적 발견 내용
1. 전형적인 로마 군인 매장 형태
- 군장품 부장: 대부분의 무덤에서 gladius(단검), pugio(보조 단검), 군용 샌들(caligae) 등이 함께 매장되어 있었으며, 2기의 무덤에서는 완전한 상태의 군용 벨트(cingulum militare)가 발견되었다.
- 화장 매장 혼용: 60%는 화장된 유골, 40%는 신체 매장으로 당시 로마 제국의 장례 풍습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 계급 반영: 한 무덤에서 발견된 은제 장식 흉갑(lorica musculata) 조각은 중대장급 장교의 매장으로 추정되며, 이는 변경 주둔지에 고위 지휘관이 상주했음을 시사한다.
2. 전쟁의 흔적이 선명한 유골
- 11구의 유골에서 검상(劍傷) 및 투창(投槍)에 의한 치명상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한 유골은 두개골에 3cm 깊이의 창 상처가 관통한 상태로 발견되어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 여러 유골에서 잘 아문 골절 흔적이 관찰되는데, 이는 로마 군대의 발전된 야전 의료 시스템을 반영한다.
3. 다민족 구성 증거
- 유전자 분석 결과 갈리아(현재 프랑스), 히스파니아(스페인), 발칸 반도 출신 개체가 혼재되어 있었으며, 한 유골에서는 북아프리카 계통의 특징이 발견되었다. 이는 로마 군대의 다국적 구성 특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다.
역사적 배경: 비엔나의 로마 시대 전략적 가치
1. 군사 요충지 '빈도보나'(Vindobona)
발굴 지점은 로마 제국이 게르만 부족 방어를 위해 건설한 빈도보나 요새(오늘날 비엔나의 기원)와 2km 거리에 위치한다. 타키투스의 《연대기》에 기록된 마르코만니 전쟁(166-180년) 당시 전투 지역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2. 제국 서부 방어선의 일환
이 묘지의 연대는 로마가 게르마니아 지역에서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던 시기와 겹친다. 9년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 패배 후, 로마는 라인-다뉴브 강을 따라 limes(국경 방어선)을 구축했으며 빈도보나는 그 핵심 거점이었다.
고고학적 발견의 의의
1. 로마 군대 조직 연구의 획기적 자료
- 개인별로 부장품이 상이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단일 부대가 아닌 여러 부대에서 온 군인들이 혼합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 발견된 3점의 군용 인장(seal)에서 제13게미나 군단과 제14게미나 군단의 마크가 확인되어, 다뉴브 강 주둔 부대의 교대 체계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2. 고대 전쟁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
유골의 부상 패턴 분석 결과, 70%가 정면보다는 후두부 또는 등쪽에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게르만 부족의 기습 전술 특성을 반영한다. 또한 화살촉이 박힌 흉골 유골은 로마 군대가 상대한 궁수 부대의 존재를 증명한다.
3. 일상생활 복원 가능성
무덤에서 출토된 주사위, 동전, 식기 등은 군인들의 여가 생활과 종교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그리스 신 디오니소스 조각상이 함께 매장된 사례는 로마 군인의 종교적 융합주의를 보여준다.
향후 연구 전망과 과제
1. 과학적 분석 진행 상황
- 현재 유네스코 지원으로 스위스 바젤 대학팀이 유골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진행 중이며, 이들을 성장 지역별로 분류할 계획이다.
- 독일 본 대학의 병리학 팀은 유골의 상흔을 3D 모델링해 당시 사용된 무기의 종류와 전투 방식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2. 보존 및 전시 계획
오스트리아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발굴 유물을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 특별 전시할 방침이며, 주요 유골 5구는 국립 로마 박물관에 영구 소장될 예정이다. 특히 보존 상태가 완벽한 한 군인의 장비 풀세트(helmet, shield boss, spearhead)는 유럽 순회 전시 대상으로 확정되었다.
3. 미해결 질문들
- 일반 민간인 무덤 7기가 군인 묘지 내에 혼재된 이유
- 여성 유골 2구가 군장품과 함께 매장된 특이 사례의 배경
- 매장 유물 중 15%가 게르만식 장신구인 이유
결론: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이번 발굴은 단순한 유물 발견을 넘어 로마 제국 최전선에서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들의 이야기를 현대에 전하는 생생한 통로다. 특히 게르만 부족과의 접전지였던 다뉴브 강변에서 2,000년 만에 드러난 이 유적은 제국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계는 이 묘지가 로마 군대의 일상, 전투 방식, 다민족 구성 등에 관한 기존 문헌 기록을 입증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구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 발굴 책임자인 마르쿠스 홀 교수(빈 대학 고고학과)는 "한 무덤에서 발견된 라틴어 비문 'PRO PATRIA(조국을 위하여)'가 이 군인들이 지키려 했던 문명의 이상과 그 대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며 발굴의 철학적 의미를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유적지를 로마 시대 군사 역사의 핵심 교육장으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하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보존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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