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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예브게니 자먀찐 우리들 내용, 배경, 작가, 작품세계

by Zihouse 2025.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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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은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의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다. 특히 그의 대표작 『우리들』(Мы, 영어로는 We)은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경고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문학의 효시로 널리 인정받으며,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들』은 1920년에 쓰였으며, 러시아 혁명 이후 탄생한 소비에트 체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자먀찐이 느낀 혁명 이후의 억압과 감시 사회에 대한 강한 우려를 반영한다. 하지만 내용이 당시 소련 당국의 이념에 반한다고 여겨져, 자먀찐은 국내에서 출판할 수 없었고, 결국 1924년 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로 인해 그는 소련 당국의 탄압을 받았고, 망명길에 올라 프랑스로 이주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먼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 ‘하나의 국가’이다. 이 국가는 수학적 질서와 완전한 통제를 추구하며, 시민은 이름 대신 숫자로 식별된다. 주인공은 ‘D-503’이라는 수학자이며, 이 국가의 우주선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국가 체제를 신봉하지만, 반체제 인물인 여성 I-330을 만나며 내면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녀는 D-503에게 자유와 개인의 욕망을 일깨우고, 그는 점점 체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그는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려 시도하지만, 결말은 절망적이다. 그의 기억은 지워지고, 다시 체제에 순응하는 존재로 되돌아간다.

이 작품에서 자먀찐은 인간성의 억압, 자유의 상실, 감시 체제의 공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하나의 국가’는 완전한 수학적 질서와 합리성을 지향하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감정과 개성은 말살된다. 자먀찐은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상상력이 전체주의 이념 아래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경고하고자 했다. 특히 ‘유리의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묘사나 ‘시민의 감정까지 감시하려는 권력’은 이후 디스토피아 문학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자먀찐의 문체는 상징적이고 시적이며, 복잡한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그는 단순히 정치적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존재의 본질, 자유와 질서의 균형, 이성과 감성의 갈등 등 철학적 사유를 문학 속에 담아낸다. 특히 『우리들』은 인간 내면의 이중성, 이성적인 세계에 대한 환상과 그 환상의 붕괴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브게니 자먀찐은 본래 선박 설계사로 훈련을 받았으며, 제정 러시아와 혁명 이후 소련 사회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초기에는 혁명을 지지했지만, 혁명이 만들어낸 현실이 또 다른 독재로 변질되어 간다고 느꼈고, 그것을 비판하는 문학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이 때문에 그는 체제의 반동으로 낙인찍혔으며, 작품 발표도 어려워졌다. 결국 그는 스탈린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해외로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고, 1931년 프랑스로 떠나 1937년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자먀찐의 『우리들』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서 문학적 선언이자 경고문이다. 인간이 자유 없이 살아가는 사회는 완벽한 질서를 지녔더라도 결코 이상향일 수 없으며, 개인의 상상력과 욕망은 언제나 억압을 거부하고 저항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그는 전체주의적 유토피아가 결국 얼마나 반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문학을 통해 예언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며,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먀찐의 예언적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개인과 사회, 자유와 통제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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