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트뱅크그룹이 미국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 운용사 디지털브리지를 약 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에서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나 포트폴리오 확대를 넘어 소프트뱅크가 구상하는 인공지능 중심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해석된다. 손정의 회장이 강조해온 초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뿐 아니라 이를 지탱할 물리적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이번 거래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디지털브리지는 데이터센터 통신 타워 광섬유 네트워크 등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자산에 특화된 글로벌 투자사다. 인공지능 모델 학습과 서비스 확산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과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는 과거보다 훨씬 전략적인 자산으로 부상했다. 소프트뱅크는 디지털브리지를 인수함으로써 이러한 핵심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거나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단순 지분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연산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고성능 반도체와 이를 수용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반도체 설계 기업과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전력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한계에 직면해 왔다. 디지털브리지 인수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고 인공지능 가치 사슬의 하단을 직접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 소프트뱅크는 고성장 플랫폼 기업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전략으로 주목받았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 이러한 전략의 위험성도 동시에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 자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는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비교적 예측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소프트뱅크가 디지털브리지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확장할 경우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대형 기술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인공지능 생태계의 인프라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서비스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물론 이번 인수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초기 비용이 크고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다. 또한 각국의 규제 환경과 전력 정책 기후 변화 대응 정책 등 외부 변수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시대의 승부가 결국 연산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서 갈릴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장기적인 시각으로 이번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디지털브리지 인수는 인공지능 경쟁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넘어 물리적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과거의 공격적인 성장 투자 전략에서 한 단계 진화해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통제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인프라 분야에서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며 향후 기술 패권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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