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최후의 선택으로 자폭할 경우’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란의 자폭은 단순한 국내 붕괴를 넘어 주변국과의 전면전, 원유 수출 루트의 차단, 핵시설의 방출 등 복합적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이 불가피하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첫 번째로, 이란의 자폭은 중동 전역의 정세 불안을 유발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높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출의 3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이 지역이 마비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한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 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국내 제조업과 물류, 에너지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정유, 화학, 항공, 운송업종의 원가 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소비자 물가는 급등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두 번째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와 원화는 동반 약세를 보일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란의 급격한 붕괴와 그에 따른 지정학적 충격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촉발시켜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동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자동차, 철강업종은 환율 불안과 공급망 위기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대이란 무역 및 금융 제재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중동 지역 수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한국은 이란과 직접적인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들과 에너지 및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만약 중동 전역이 불안정해질 경우 이들 프로젝트는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으며, 기업들의 현지 인력 철수, 설비 손실 등의 리스크도 커진다. 이는 건설, 플랜트, 통신 분야에 영향을 미쳐 K-인프라의 중동 전략이 후퇴할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응이 논의되며 미국 주도의 군사 행동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외교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란과 북한의 군사 협력 가능성이 대두될 경우, 한국은 안보 위협도 동시적으로 직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방산 산업의 수혜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지만, 이는 제한적인 효과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과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란의 자폭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대사건이며,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비한 에너지 다변화 정책, 비축유 확대, 외환시장 안정 대책, 중동 외교 다변화 등 다층적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 또한 공급망 재편, 해외사업 분산 등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 사전 대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