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에너지 안보 문제와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대만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면서 대만의 산업 기반,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TSMC의 안정성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군사 시위 수준을 넘어 실제 침공 연습에 가까운 양상을 띠고 있어 대만과 서방 국가들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지며 TSMC의 생산 안정성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번 훈련에서 대만 동부와 남부 해역을 중심으로 실사격 훈련과 상륙작전을 병행했다. 특히 대만 주요 항로와 에너지 수입 경로가 훈련 구역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경제 봉쇄를 가정한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정부는 즉각 항의 성명을 내고 중국의 군사 행동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훈련이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낮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군사적 긴장은 TSMC를 비롯한 대만 첨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TSMC는 세계 반도체 생산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고성능 AI 칩과 첨단 미세공정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에너지 자급률이 5% 미만에 불과해 대부분의 전력을 수입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해상 봉쇄나 항로 차단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TSMC의 생산 공정이 중단될 위험이 크다.
최근 대만 내에서는 이미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발전소 문제로 몇 차례 정전이 발생했으며, TSMC는 자가 발전 설비 확충과 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위험 분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온도 변화나 전력 불안정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력 공급의 일시적 불안정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전력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안보가 곧 생산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은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우려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 역시 구마모토 지역에 TSMC 공장을 유치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해외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까지 최소 2~3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하며, 단기적으로는 대만 본토 공장이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TSMC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전력 공급 불안정에 대비해 공장 내 비상 발전 시스템을 확충하고, 수력과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주요 부품과 원자재를 다국적 공급망으로 분산시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책만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중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경우 대만 전체 산업 기반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훈련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대만 증시는 일시적으로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 자산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TSMC 주가는 단기 조정을 받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우위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TSMC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만약 실제로 에너지 공급망 위기나 물류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적 지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만의 안보 문제가 아닌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평가된다. 반도체는 인공지능, 전기차, 통신기기 등 현대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부품으로, 공급망 붕괴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은 대만 사태가 심화될 경우 전략 비축물자 차원에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거나, 동맹국 간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TSMC를 둘러싼 위기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만의 에너지 안보와 국제 정치 질서의 교차점에 놓인 구조적 문제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계속된다면 TSMC뿐 아니라 글로벌 IT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불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이 반도체 산업의 지역적 집중을 완화하고 에너지 공급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TSMC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언제든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증시 은행 실적 상승 경제호황 기대감 강세 출발 (0) | 2025.10.16 |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 금리 인하 가능성 기대로 주요지수 상승 (2) | 2025.10.16 | 
| 국제 금 선물 가격 역사상 처음 4,100달러 넘어 (2) | 2025.10.14 | 
| 미국 중국 무역 갈등 확장, 달러 가치 하락, 엔화 가치 급등 (2) | 2025.10.14 | 
| 11월 1일부터 미국 중국산 수입품 모든 관세에 더해 새로운 100% 관세 부과 (0) | 2025.10.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