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주요 동맹국 및 전략적 무역 파트너 12개국에 무역 서한을 공식 발송하며 새로운 통상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번 조치는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국무부가 공동으로 주도했으며, 세계 공급망 재편과 기술 안보 확보를 위해 각국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서한 발송은 지난 6월 7일의 1차 서한에 이은 후속 조치로, 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협의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한 수신국은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인도, 베트남, 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호주, 필리핀 등 12개국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과 전략물자, 기술, 에너지 또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 깊은 교역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며, 대부분 중국을 대체할 생산 파트너 또는 기술 동맹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번 서한에서 미국은 특히 다음 세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첫째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과 같은 전략 품목에 대한 공급망 협력 강화다. 미국은 이들 국가가 미국 기업의 원활한 부품 조달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행정적 장애물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동시에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우선 공급 협정’을 체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기술 이전 및 보안 통제 관련 사안이다. 미국은 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위성통신 등의 첨단 기술이 중국과 기타 경쟁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조체계를 제안했고, 각국의 수출통제법 강화 및 외국인 투자 심사 확대를 권고했다.
셋째는 기후 대응 및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이다. 미국은 자국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해 태양광, 풍력, 수소 및 전기차 등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상호 투자와 기술 공유를 확대할 방침임을 밝히며, 각국의 제도 정비와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과 일본에 발송된 서한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국 기술기업과의 거리 두기 강화를 재차 요구했다. 미국은 두 나라가 이미 ‘칩4’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기술 보호와 연구개발 투자에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는 미국 내 공장 건설 시 세액 공제 및 보조금 혜택과 연계된 기술 공유, 그리고 수출 통제 시스템 연동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주요국에는 산업 보조금 투명성 확보와 기술 표준 공조를 요구했다.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디지털 시장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상호 조정 절차 마련을 제안했으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탄소 기준 정합성 문제도 병행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유럽과의 협력 없이는 기후 및 산업정책 모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국가들인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에는 생산기지 역할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며, 특히 중국 내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세제 및 규제 혜택 제공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노동권과 환경 기준 강화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무역 협정 틀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서한 발송은 미국이 더 이상 단순한 시장 개방이나 관세 인하에 집중하지 않고, 기술과 안보, 산업 전략을 통합한 새로운 무역 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유무역에서 전략무역으로의 전환”이라며, 향후 주요국 간 통상 외교의 갈등과 협력이 더욱 교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무역 서한은 국제사회에서 논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일부 국가는 미국의 요구가 자국의 주권이나 산업 정책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수출 통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경계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시하는 공급망 협력과 보조금 연계 정책은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국가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선택지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8월 초까지 각국의 공식 회신을 받을 예정이며, 회신 내용에 따라 개별 협의체 또는 다자 연합체 구성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은 이번 서한을 기반으로 한 ‘전략 통상 보고서’를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향후 무역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7월 7일자 서한은 단순한 통상 협의의 시작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중대한 갈림길에서 미국이 구체적인 동맹 구조를 설계하려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각국이 미국의 제안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 그리고 새로운 기술 안보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될지 세계 경제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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