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에 부과하기로 했던 디지털세 도입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이 결정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피하고, 기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끝에, 해당 정책을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디지털세는 인터넷 기반 글로벌 기업들이 물리적인 고정 사업장이 없어도 각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구조에서 발생한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캐나다 역시 OECD 차원에서 추진되는 다자간 디지털세 합의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특히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은 캐나다 내 광고 수익과 디지털 콘텐츠 판매,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세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겨냥한 이 같은 일방적인 조치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세가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세라고 주장하며, 캐나다가 이를 강행할 경우 보복 관세 등 무역 보복 조치를 경고해 왔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는 디지털세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며 WTO 제소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자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철회 결정은 단순한 정책 보류가 아닌, 사실상 중단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나다 재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디지털세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캐나다는 다자간 합의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OECD 주도의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개별 국가의 독자적인 움직임보다는 국제적 조율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캐나다 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실질적인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가 대기업의 압력과 외교적 우려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디지털세 철회가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캐나다 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 디지털세 논란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영국, 인도 등도 유사한 과세 정책을 추진하거나 시행 중이지만, 미국의 압박과 복잡한 국제 조세 체계로 인해 각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OECD와 G20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와 함께 디지털세 공동 과세 기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참여하는 조세 체계 개편이 가까운 시일 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결국 캐나다의 이번 결정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디지털 조세 문제의 복잡성과 현실적인 제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수 확보와 공정 과세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과 정치 외교적 리스크 사이에서의 균형점 찾기가 앞으로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